요즘 내 화두는 '자기계발' 이다. 작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고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책도 출판했다. 해외에 살면서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꾸준히 하다보니 수익이 생긴 거였다. 지금은 판매부수가 많이 떨어졌지만 책이 출판된 초기에는 에세이 분야 20위 권 안에 머물러 있었다. 이름이 알려진 것도 아닌 저자가 처음 책을 낸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노력해봤자 안 된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지배했다.
그런데 작지만 의미있는 성취를 통해 '하면 될 수도 있겠다'로 바뀌었다. 그전까지 가지고 있던 자기계발서에 대한 선입견도 줄었다. 소설이나 인문학 책만 고집했는데, 작년 말부터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다. 동어반복일 지라도 도움이 됐다. 어쨌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말을 뇌에 입력하고 있는 게 아닌가, 손해볼 건 없어 보였다.
자기계발에 관심을 갖게 되니 유튜브가 자동적으로 그와 관련된 영상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무서운 알고리즘의 세계 ㄷㄷ)
사람들이 혹 하는 주제는 역시 돈이다.
모두가 회사를 지긋지긋해 한다. 모두가 월급 노예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모두가 사장이 되고 싶어한다. 그들을 타켓으로 한 시장(market)이 있다. 거대하다.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해 연 10억을 벌 수 있었던 비결, 파이프라인 수입으로 월 천 만원을 벌 수 있는 방법, 스마트스토어로 월 이천만 원 버는 법, 다양한 성공신화들이 눈길을 끈다.
이들의 노하우를 알기 위해 사람들은 몇 십만원의 수강료를 서슴없이 지불한다. 저 돈으로 차라리 책을 사서 읽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나와 다르게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만나서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바로 그 열정이 돈을 벌어다 주는 촉매제' 라고 얘기했다. 그럴 듯 하게 들린다. 한편 의심하게 된다. 결국 저들이 알려주는 돈 버는 방법이란 '자기계발'이라는 개념을 파는 일이 아닐까.
빈 깡통을 파는 원리는 교묘하게 숨긴 채, 그저 빈 깡통을 좋은 약이라고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나 저러나 나는 자기계발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비웃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무신론자가 신을 찾게 되는 것 만치로 무기력하고 의욕없을 때는 자기계발서 만한 게 없다. 티스토리를 시작한 것도 자기계발서 덕분이다. 2012년부터 쭉 네이버 블로그만 운영해왔다. 블로그를 키우려는 마음보다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어서 좋았다. 8년이 지난 지금, 별다른 방법 없이 성실히 썼을 뿐인데 키워드를 넣어 작성하면 상위노출이 잘 되는 블로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티스토리의 구글 애드센스로 회사 월급만큼 번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왠지 억울했다. 진작 애드센스를 공부했더라면 월급은 아니어도 커피값은 벌 수 있지 않았을까. '자기계발' 분야를 너무 의심만 해서 나를 발전시킬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것은 아닐까.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키워 비즈니스를 시작하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을 때 , '너의 영혼을 팔아라' 는 말을 들은 것처럼 반응해온 것은 아닐까. 정말 작은 돈이지만 유튜브에서 수익을 얻게 되니 온라인으로 돈을 버는 것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옛날 어른들이 '땅 파봐라 1000원이 나오나' 그랬는데 온라인의 땅을 파면 1,000원이 나왔다. 북튜버를 운영하는 노하우 ,글쓰기 노하우, 독서노트 쓰기 노하우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긴 했는데 왠지 모르게 주저됐다. 나도 혹시 사기꾼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자기계발 분야 비즈니스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다 문득 떠오른 단어가 있었다. 바로 '윤리' 였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의 저자 아툴 가완디는 직업 윤리의 최우선 조건으로 '성실'을 꼽는다. 그가 정의하는 성실이란 행동이라기보다 태도를 말한다. '실수를 줄이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세한 것까지 배려하는 자세' 다. 일을 할 때 타인에 대한 배려를 담았는지 안 담았는지 측정할 객관적인 지표는 없다. 윤리란 결국 양심의 다른 언어, 지켰는지 안 지켰는지는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본인일 것이다.
인간이 하는 일이 어떨 때는 무척 숭고해보이지만 , 1차적으로 보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의사나 소방관처럼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는 일도 기본적인 수입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 돈을 벌다 보면 나도 모르게 경솔해지고 성급해져서 실수를 범한다. 한번 남을 우연히 속여서 돈을 벌었는데, 두 번째 세 번째도 속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속인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조차 들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렇게 잘 속는데, 속이지 않는 사람이 바보같아 보인다.
얼마 전 , 우연히 보게 된 <대화의 희열>의 아이유 인터뷰. 이 인터뷰를 보고 직업 윤리에 대해 또 한번 생각하게 했다. TOP 위치에 오른 아이유도 '실제의 나보다 더 좋게 내가 포장된다는 생각'이 그녀를 더 성숙한 뮤지션이 되게 했다. 방송에서 아이유는 '불안해 하면서 근사하게 사느니 초라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자' 생각하면서 남성 팬들이 열광하던 '국민 여동생'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음악성으로 승부하는 밀도 높은 싱어송 라이터의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초라해지는 커녕 더 빛나는 뮤지션이 되었다.
무슨 일을 하든 나에게 떳떳한 것이 최우선으로 되어야 한다. 동료나 선배가 없는 1인 크리에이터일 수록 매일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자신이 쓴 글과 콘텐츠를 스스로 검열하며 반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돈을 무조건 많이 버는 방법론을 알기보다, 돈을 많이 벌어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관해 더 동기부여가 되고 싶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목표를 이루는 법을 알기보다, 왜 목표를 이루어야 하는지에 자극을 받고 싶다. 그런 내용을 전달하는 크리에이터를 더 많이 만날 수 있길. (이렇게 적으면 알고리즘이 나를 그쪽으로 인도하지 않을까...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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