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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뷰: TV

[넷플릭스 드라마]21세기판 델마와 루이스, 데드투미 (Dead to Me )

by sweetheareafter 2020.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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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                                                    밴디트 

 

그 시절, 델마와 루이스는 어떻게 되었나

 

어릴 때 델마와 루이스를 무지 좋아했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극과 극 성향의 두 여성이 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사족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밴디트라는 독일 영화도 좋아했다. 여성 교도소에서 경찰의 추행사건을 계기로 탈옥하는 밴드 여성들의 이야기인데, 탈옥 중에 게릴라 콘서트도 함 ㅋㅋㅋ

 

아무튼 이때부터 로드무비를 좋아했던 걸 보면 지금의 살고 있는 내 인생 모습이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이 두 영화 모두 공통점은 남자랑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같은 남녀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여성과 사랑이든, 우정이든 아무튼 감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건 여성이 감성적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비슷한 상황과 처지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이 두 영화의 여성의 해방과 자유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한적인 자유다. 사회 바깥으로 추방된 여성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절벽 아래로 추락하거나 죽거나 다시 감옥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21세기는 이야기가 좀 달라졌다. 

 

 

 

 

스릴러물 속 여성, 주체성을 찾아가다 

 

 미투 운동을 기점으로 세계 각국의 콘텐츠들이 엄청 큰 영향을 받았다. 한국만 해도 이제 더이상 재벌 2세 왕자님이 평민 여자 주인공의 팔자를 고쳐주는 스토리는 먹히지 않게 되었고, '나랑 밥 먹을래, 죽을래!!' 하고 외쳤던 소지섭 같은 남자는 데이트 폭력범이라는 판결을 받게 된다. 긍정적인 변화다.  여성의 나체, 불필요한 베드신,  여성을 때리고 죽이는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던 것도 이제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지 못한다. 이런 변화와 함께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스릴러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다. 기존 서사에서는 자신보다 힘과 권력이 있는 남성에 대항하지 못해 참거나, 다른 남성의 조력을 받았다면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또는 다른 여성과 힘을 합쳐 제거해버리는 쪽을 택한다.  폭력도 사랑이라고 착각해 감정에 발목잡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 못하는 고구마 캐릭터는 이제 안녕이다. 

 

 

사랑보다 우정, 우정보다 더 가까운  

 

현재 시즌 2까지 나와 있는 <데드투미> 둘 사이의 관계가 막장이라면 막장이다. 이 둘이 어떻게 인연이 되는지 설명하면 드라마를 볼 때 재미가 반감되므로 설명하지 않겠다. 하여튼 '그 사건'이 아니라면 둘은 평생 친구가 될 리 없을만큼 상극 오브 상극이다. 오른쪽 금발의 여인 젠은 부동산 중개인에 욱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왼쪽 주디는 예술적 성향에 남들 말을 들어주고 항상 참는 성격.

 

이 둘이 어떻게 '그 사건'을 풀어가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관계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지가 드라마 관전 포인트다. 그리고 웃기다. 젠은 개인적으로 친구 삼기는 싫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고 있으면 매력을 느끼게 되는 캐릭터 . 주디는 영화로 보기엔 답답하지만 실제로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싶은 캐릭터. 아무튼 둘 사이의 티키타카가 굉장히 재밌는 드라마다. 

 

젠은 확실히 이성애자고, 주디는 양성애자다. 그래서인지 주디는 어떨때 보면 젠을 정말로 사랑하는 것 같다. 그녀의 사랑은 인류애적이다. 보살의 정신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성애적 사랑보다, 섹슈얼함을 배제한 우정의 존재에 대해서 성찰하게 하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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