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본 넷플릭스 드라마 중 베스트로
꼽고 싶은 드라마 죄인 <The Sinner>
저는 시즌 3-2-1 순서로 봤는데
시즌 1이 가장 흥미진진 하더라고요.
죄인 시즌 1 <코라> 줄거리
결혼해 아들 하나를 둔 젊은 엄마, 코라 다네티 (제시카 비엘 역). 해변에서 가족과 피크닉을 즐기던 어느순간, 눈 앞에서 진한 스킨십을 하고 있는 남녀 커플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그 커플이 시끄러운 락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코라는 이성을 잃고 과일을 깎던 칼로 남성을 7번이나 찔러 살해한다. 언뜻 보기엔 정신 이상으로 인한 '묻지마 ' 살인. 그러나 해리 앰브로즈 형사 (빌 풀먼 역)은 그녀에게 분명한 살해 동기가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코라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기 시작하는데...
2017년에 나온 죄인 시즌 1은
75회 골든 글로브 어워즈에서
베스트 미니시리즈 상과 베스트 액트리스 상을 받았습니다.
제시카 비엘의 세밀한 감정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고요.
시즌 2에서 제시카 비엘은 제작 총괄을 맡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죄인>시즌 1부터 3까지 보면서
공통적으로 들었던 의문이 있었습니다.
바로 '해리 앰브로즈 형사는 왜 저렇게 가해자를 옹호하는가' 였는데요.
일반 범죄수사물에서는 형사가 가해자를 잡는 데에 집착한다면
해리 앰브로즈 형사는 가해자를 돕기 위해 집착하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국선 변호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해자 중심의 수사를 해서 동료나 직장 상사들이
'왜 그렇게까지 가해자에게 집착하냐'고 자주 묻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정의나 진실을 추구하는
영웅 캐릭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진실을 밝히는 게 자기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동기가 있어보입니다.
그 근거 중 하나로 해리는
'형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의식이 별로 없어요.
해리는 항상 혼자 움직입니다.
누구에게 뭘 지시하는 일도 드물고,
지시 받는 일도 별로 없고요.
(가해자를 옹호하는 수사를 선뜻 하려고 하는
사람은 현실에서도 없겠죠....)
그래서 사설 탐정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게다가 사건을 훌륭하게 마무리 한 이후에도
스포트라이트 받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는 가해자에게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죄인 시즌 1-3 통틀어, 중요한 소재 중 하나는
바로 해리의 이혼입니다.
시즌 2에서 우리는 해리가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에 대해 알게 되고,
해리 아내와의 이혼이 그에게 생각보다 치명적이라는 걸 알게 되죠.
아내가 자신을 떠나가는 과정 속에서 해리는 괴로워하고,
자신과 비슷한 고통과 괴로움 속에 있는
가해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죄인 시즌 1-3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그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해자의 마음이
아내가 자신을 떠나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과
비슷하게 느껴졌을지 모릅니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해서 오는 고통이 얼마나 큰 지 알기 때문에,
가해자의 고통이 해리 자신의 고통처럼 느껴진 것이죠.
해리를 만난 가해자들은 항상 어리둥절합니다.
죄를 지은 자신을 변호사도 아닌
도와준다고 하니,의아할 수 밖에 없죠.
'죄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해리는 자기 마음을 은근슬쩍 열어보입니다.
'나도 당신의 고통을 알고 있다' 는 자세로
한 걸음 다가가는 거죠.
성경 누가 복음에 이런 말이 있죠.
'저들은 저들이 저지른 죄를 모르옵니다'
해리는 본능적으로 압니다.
자신이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을요.
타인을 해쳐서 이득을 얻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범죄를 행한 자들이 아니라,
생의 파도에 휩쓸려 살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범죄를 저지른 죄인이 되어 있는 사람들을 한눈에 알아봅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하죠.
그가 고귀한 성인이라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죠.
해리는 자기 자신도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시즌 1에서 해리의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시 마조히즘적인 성향이었죠.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젠틀한 신사같지만
내면의 억압, 공격성이 대단한 인물입니다.
형사가 되지 않았더라면
범죄자가 되었을지 모를 캐릭터같아요.
시즌 1에서 코라와 헤어지면서
자신의 멍든 손톱을 보는 장면이 의미심장합니다.
자신이 도와준 코라는
이제 내면의 억압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는데
정작 자신은 제자리 걸음인 거죠.
시즌 1부터 3까지 해리의 내면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죄인>은 처음부터 범죄자를 알려주고
흘러가는 드라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사실 현실 세계에서도 범인이 누군지보다
'대체 왜 범죄를 저질렀는가' 가 궁금해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시청자의 호기심을 스마트하게 자극하는 범죄수사물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해리 앰브로즈 형사 캐릭터는
수사물 형사 캐릭터 히스토리에 길이길이 남을 만큼 매력적이고요.
장르서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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